
“이제 강북이다. 곧 용산이 강남을 넘어 서울의 중심축이 될 거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49) 회장이 다음 달 본사를 강남에서 강북 용산으로 옮긴다. 강남으로 이전한 지 34년 만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과거 강남 개발의 선두주자였다. 건설업체 중 가장 먼저 강남으로 본사를 옮긴 것도 이 회사다. 그 현대산업개발이 앞으로는 ‘강북 시대’라며 다시 강북으로 유턴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본사 임직원 500여 명과 함께 다음 달 중순 강남구 삼성동의 현재 사옥을 떠나 용산에 있는 계열사 아이파크몰의 오피스동으로 이사한다. 본사 사옥 이전엔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2007년 이후 임직원들에게 “용산이 강남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왔다. 당시는 용산 개발의 중심인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시작된 해다.

정몽규 회장.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3월 현대건설 주택사업부에서 독립해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한국도시개발로 출범했다. 1년 뒤 건설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본사를 강남으로 옮겼다. 이 회사 박창민 사장은 “허허벌판이었던 강남으로의 본사 이전에 대해 당시 업계에선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지만 결국 ‘강남 시대’를 예견한 현명한 선택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강남에 자리 잡은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6148가구)를 시작으로 강남 개발을 주도했다. 지금까지 이 회사는 서울에서 공급한 주택 8만여 가구 중 절반인 4만여 가구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지었다. 박 사장은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오피스·상업시설 등도 대거 지으며 강남 개발의 초석을 놓았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회사 몸집도 커졌다. 직원수가 40명에서 1785명으로 40배 넘게 늘었다. 회사 창립 초기 1000억원 수준이던 연간 매출액은 2조6744억원(지난해 기준)으로 25배 증가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들어 강남 개발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현대산업개발의 명성은 예전만 못해졌다. 2004년 4위였던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지난해 8위까지 떨어졌다.
정 회장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런 와중에 용산이 정 회장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용산 일대에서 추진 중인 국제업무지구 등 각종 개발사업이 끝나면 용산이 서울 경제의 중심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용산으로의 이전은 ‘용산 시대’를 한발 앞서 대비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개발=아이파크몰 앞인 용산역 주변 국제업무지구에 최고 111층의 랜드마크빌딩을 비롯한 주거·상업 등의 복합단지가 2016년까지 개발된다. 국제업무지구 인근에 있는 미군기지 자리에는 용산민족공원이 들어서고 한강변인 이촌동에선 초고층 재건축이, 한남동 일대에서 한남뉴타운 사업이 한창이다.